마늘과 곰팡이

마늘을 오래 보관하게 되면 마늘에 하얀 곰팡이가 핀다. 곰팡이가 피는 곳은 마늘마다 다르다. 주로 몸통부나 꼬리부분에 곰팡이가 피지만, 위치는 각기 다르다. 다른 마늘에 찔렸을 수도 있고, 그냥 거기가 약하게 태어난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까.

한 번 곰팡이 핀 곳을 잘라내 다시 보관하면 그때부터는 곰팡이가 더 빨리 슨다. 이때 대부분의 마늘에는 새로운 곳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이전에 잘라낸 부분에 집중적으로 하얀 곰팡이가 자라난다. 곰팡이는 금세 잘라낸 부분 전체를 덮는다.

그 마늘들을 손질해서 먹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나에게 피어오르는 화와 두려움도 나의 상처에 서리는 것인지 몰라.

(24. 5. 7)